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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스포 주의)

by 머로디 2022.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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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화 확정! '마션' 작가 앤디 위어의 SF 장편소설

 

 또 하나의 sf 소설이다. <마션>을 쓴 작가 앤디 위어의 두번째 후속 작품이다. 이미 영상화까지 예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재밌기에? 하는 호기심으로 구매했다. 무려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을 맡는다고.



프로젝트 헤일메리 - 낙관과 위트가 넘치는 SF 소설

표지



 인류는 최초의 우주 생명체를 발견한다. 태양의 빛을 훔쳐 먹고 살며 머지 않아 지구에 종말을 가져다 줄 막강한 존재였다. 아스트로파지라는 미생물이다. 그레이스라는 중학교 과학 교사가 이름을 붙였다. 그는 교사가 되기 전 과학계에서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한다는 이유로 쫓겨나다시피 은퇴한 학자였다.
 각국의 수장들로부터 지구를 구할 임무를 부여 받은 스트라트는 그레이스를 찾아와 아스트로파지의 정체에 대해 알아낼 것을 의뢰한다. 과학자로서의 열정을 지닌 그레이스는 연행되듯 그의 연구소로 잡혀가면서도 두근대는 맘을 감추지 못한다. 무려 최초의 외계 생명체를, 최초로 접하는 거니까.

 이 모든 것은 과거의 시점으로 드문드문 이어지는 그레이스의 기억이다. 그는 현재 헤일메리호라는 우주선에 타 있다. 4년간 코마에 빠져 있다가 질병으로 인해 시체가 된 두명의 동료들과 함께. 코마에서 깨어난 그의 기억은 온전치 않다. 우주선을 헤매며 당장 급한 일을 처리하는 동안 일부의 기억들이 돌아올 뿐이다.
 태양계 밖, 타우세티 행성계에는 지구를 죽이고 있는 아스트로파지가 똑같이 존재한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무서운 속도로 어두워지고 있는 태양과 달리 타우세티는 그렇지 않다. 그레이스는 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헤일메리호에 몸을 싣고 있는 거였다. 그 이유를 알아내기만 한다면, 그리고 그 해답을 지구에 전달해줄 수만 있다면 그는 지구의 구원자가 되는 거였다.

 

 


 타우세티 행성계에 들어선 그레이스는 타우세티 빛에 반사된 또다른 미지의 물체를 마주친다. 아스트로파지 문제에 몰두하느라 전혀 기대하지 않았지만, 사실은 오래 전부터 전 인류가 평생을 궁금해하며 탐색해온 것이었다. 그건 외계 생명체의 우주선이었다. 우주선을 만들 수 있다는 건 인간, 혹은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가진 생명체라는 뜻이었다. 외계 미생물만으로도 충격적인데 외계인이라니. 그레이스와 외계인은 각자의 우주선을 조작해 소통을 이어간다. 외계인이 헤일메리호로 전달해 온 물품 또한 지구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소재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둘은 언어 외의 시각적인 정보, 즉 모형을 통해 의사소통에 성공했다. 외계인은 헤일메리호와 자신의 우주선을 연결하고 싶어한다.
 그의 목적은 무엇일까? 나라도 그 부분이 가장 궁금할 것 같다. 우주선들 사이에 터널을 연결하고, 외계인의 형상을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지 그레이스는 미지의 생명체가 본인의 머리에 알을 까지 않을까 걱정한다. 하지만 그 어떤 두려움도 과학도로서의 그레이스의 호기심을 막지 못했다. 외계인과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마친 끝에 실물을 마주한 그는 반사적으로 뒤돌아 도망치려 한다.

 소설 곳곳에 유머가 넘친다. 주인공의 제스쳐나 욕지거리들이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고 재치있게 묘사된다. 그래서 영상화가 몹시 기대된다. 내 상상으로만 그려진 세계를 영상이 어떻게 구현할지 궁금하다. CG가 워낙에 발달했으니 요새는 크리쳐들의 모습을 얼마나 구리게 구현할지를 딱히 걱정하지 않는다. 그레이스는 외계인의 이름을 '로키'라고 지어줬는데, 끔찍한 외형에 그의 매력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도 기대 중이다.

 sf 장르는 현대 우리 사회의 환경 문제와도 상당 부분 연결되어있다. 보통의 창작자들은 지금 우리가 겪는 환경 문제를 방치한다면 머지 않아 지구가 본인이 표현한 디스토피아처럼 조져질 거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앤디 위어도 어느 정도는 그랬지만, 약간 발상을 전환해 환경 문제를 오히려 지구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설정했다. 많은 이들이 이 소설을 낙관적이라고 평하는 건 그래서가 아닐까. 물론 그레이스의 성격 자체도 몹시 낙관적이다. 과학자이면서도 순간 순간 가슴이 시키는 결정을 따르며, '죽으면 죽을 테지.' 같은 태도를 취한다. 본인이 처한 환경이 그렇게 만드는 데 한몫했겠지만서도, 그의 타고난 천성 또한 태평하게 묘사된다.

 책이 워낙에 두꺼워 이미 절반 가까이 스포일러를 해댄 거 같은데도 뒷 내용이 한참 남았다. 지구의 운명, 그레이스와 로키의 관계, 로키의 목적, 둘의 결말 등은 직접 감상해보기를 권한다. 나중에 영화로라도. 과학적으로도 세밀하지만 감성적으로도 풍부한 작품이다. 읽는 동안 몇 번을 울컥했는지 모른다.
 너무 재밌는 책을 읽어도 슬프다. 한동안 그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진한 여운을 갖게 되니까. 마치 내가 거기에 살았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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