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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본 - 오사카, 교토

by 머로디 2022.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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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해외 여행지로 추천

가깝고 물가도 비슷

 

 내 첫 해외 여행지는 일본이다. 때는 2017년, 노재팬(일본제품불매운동)이 있기 전. 아무래도 첫 해외 여행지로 만만한 게 일본이었다.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가깝고 경비도 비교적 싸고.

 살면서 일기를 쓴다거나 뭔가를 기록한다거나 해본 적이 없어서 그때의 추억은 몇 장의 사진으로만 남아있다. 지금이라도 끄적여 놓으면 미래의 내가 즐거워하지 않을까 싶어서, 블로그를 개설한 김에 여행에 대한 포스트도 작성해 보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꽤 많이 지났기 때문에 관광 장소나 구매 물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기대하지 마시길.

 

항공샷
제주도보다 먼 곳은 처음이야

 

 내 MBTI는 INTJ다. 그걸 기반으로 하면 난 매우 계획적인 인간이다. 당장의 할일을 미루는 것조차 큰 계획 안에 포함되어 있다. 일을 좀 미뤄도 내가 뭐 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을 때만 미룬다.

 때문에 첫 여행 계획도 여행책을 사다 놓고 관광명소를 체크해가며 시간대별로 구성했다. 재미 없는 인간 유형이지만 돌발상황을 못 참는 성격 상. 그래서 어딘가를 헤매거나 당황한 기억은 없다. 아, 한 가지 사건이 있긴 했다. 야밤에 관광 목적으로 혼자 교토 길거리를 걷다가 외로운 이탈리아 아저씨의 플러팅을 받은 것. 그건 차차 이야기 하기로 하고...

 

경비
두 명의 여행 경비

 

 첫 날 오사카에 도착해서 식사를 하고 쇼핑을 했다. 러쉬에 들러 입욕제도 사고 유명한 오타쿠 거리(?)도 가보고. 거기서는 사촌 동생들한테 선물해 줄 원피스 피규어를 구매했었다. 오사카는 한국이랑 분위기가 너무 비슷해서 조금 실망했었다. 여행객이라 들뜸 상태가 패시브처럼 지속되긴 했지만 지금 돌이켜 봐도 특별한 느낌은 없다. 두 번은 안 찾을 듯.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또 가고 싶어지지 않는 이상. 근데 아무래도 한 번이면 족할 것 같다. 세상엔 재밌는 놀이공원들이 널렸다고. 그리고 난 점점 늙어가고 있고.

 

기념품점기념샷버터맥주
左 - 유니버셜 스튜디오 기념품샵에서 찍은 모자 착샷(안 삼), 中 - 해리포터 테마관, 右 - 버터맥주(생각보다 맛있었음)

 

 일행은 내 친동생이었다. 첫째 날인가 둘째 날 저녁부터 싸웠다. 안 좋은 감정은 생생히도 기억 난다ㅋㅋ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내가 경비도 거의 다 부담하고 여행 계획도 다 짰는데 소극적으로 따라다니기만 하는 태도에 열이 뻗쳤던 것 같다. 교토로 이동한 뒤부터 서먹해져서 조용히 다녔다. 하지만 여행지로서는 교토가 오사카에 비해 훨씬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교토1교토2
교토3교토4
특히 밤에 조명이 너무 예뻐서 남의 집(가게?)을 막 도촬하고 다녔다

 

 일단 거리 자체가 고즈넉하고 예쁘다. 오래된 건축물들이 섞여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건물 높이가 오사카에 비해 훨씬 낮고, 일본 건축의 전통적인 면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무엇보다도 밤이 되면 또 다르게 보이는 소박하고도 화려한 조경들이 아름다웠다. 위의 사진 같은 집(가게)들이 줄줄이 즐비해 있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 속의 거리를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마 교토에서 기념품을 살 수 있는 거리가 있었던 것 같은데 우리가 너무 늦게 가는 바람에 거의 다 문을 닫아버렸다. 그런데도 건물 구경하는 맛으로 기분 좋게 걸어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 문제의 그 이탈리아 아저씨!

 밤 풍경이 너무 예쁘다 보니 일찍 잠들기 섭섭해서 피곤해하는 동생을 숙소에 두고 나 혼자 거리로 나섰다. 교토를 대표하는 큰 신사가 있는데 그 길을 향해 대로가 쭉 이어져 있었던 것 같다. 그 길로 나가려면 작은 골목들을 헤쳐야 했는데 어떤 아저씨(누가 봐도 아저씨)가 뒤에서 슬 따라오더니 사진 찍고 있는 내게 말을 걸었다.

 

교토5
귀여워서 이런 걸 찍고 있었다

 

 웃으면서 친근하게 말을 걸길래 나도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다. 내 짧은 영어로는 아저씨가 하는 말을 모두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내 초딩 영어를 알아듣는 그 아저씨가 신기하기도, 소통이 되는 게 재밌기도 했다. 이름도 말해줬었는데 기억은 안 난다. 이탈리아에서 와서 일본에서 일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자식이 있고 와이프랑은 헤어졌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외롭다고 했다. 여기서 일찍이 쎄함을 느꼈어야 했는데 ㅋㅋ 내가 살갑게 대화를 이어가주자 아저씨의 불꽃 같은 플러팅이 시작됐다. 어깨동무를 하고 귀 가까이에 대고 속삭이고. 지금보다 5살 어렸던 나는 '서양인(?)이라 그런 거겠지.', '여기서 예민하게 반응하면 나만 좀 이상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본인의 집이 강 건너에 있다면서 계속 나를 그 방향으로 유인했다. 누구랑 왔느냐, 남자친구는 있느냐, 그 나이에 모쏠이냐(ㅡㅡ), 등등의 질문을 하면서 나를 떠본 것 같다. 적당히 손절 각을 재고 있는데 으슥한 거리로 접어들자마자 아저씨의 키스 시도가 이어졌다. 나는 그때 정신이 번쩍 들어서 때리듯이 그 사람을 밀어냈다. 남자도 놀랐는지 두 손을 들고 바로 물러났다. 허술한 영어로 버벅대며 처음 만난 한국 여자한테 키스하지 말라는 얘길 했다. 그때까지도 난 그걸 문화차이로 받아들였으니까. 아저씨는 그럼 언제부터 해도 되냐고 '하루, 이틀?' 하며 손가락 세는 시늉을 했다. 지금에야 열불이 나지만 난 그때 너무 당황하기도 했고 어리숙하기도 했다. 에휴.

 다행히도 그 이상 강압적으로 군다거나 하는 태도는 없었고, 그대로 아저씨와 헤어졌다. 하지만 지금도 가끔 생각할 때마다 섬뜩하다. 그 남자가 좀 더 악질적인 사람이었다면? 그 거리가 좀 더 인적 없이 어두웠다면?(거리가 매우 어둡긴 했지만 바로 근처에 일본인 남자가 핸드폰을 보며 서있었다.)하는 무서운 상상을 한다. 

 

기모노장어덮밥

 

 그런 추억(?)을 뒤로 하고 교토에서의 다음 날. 기모노를 빌려 입고 관광을 했다. 기모노, 무지하게 복잡하더라. 한복보다 더. 도저히 혼자서는 못 입을 구조인 것 같은데. 다 차려 입고 머리까지 하는 데 기억 상의 오류일지도 모르지만 거의 한시간은 걸린 것 같다. 그렇게 차려 입고 거리를 돌아다녀 보니 검은 색을 바탕으로 한 기모노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더 화려하고 눈에 띄었던 건지 모르는 남자가 다가와서 기모노 어디서 렌탈했느냐고 묻기도 했다. 

 오른 쪽의 사진은 장어 덮밥이다. 미슐랭 가이드에 오른 곳인데 원래 장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게 인상 깊게 느껴지진 않았다.

 

 오사카-교토 여행기는 여기서 끝이다. 나중에 다른 가족 구성원과 후쿠오카-유후인을 방문하는데 기회가 되면 그 여행기도 기록해 보겠다. 자나 깨나 변태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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